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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이런 의문이 생깁니다.

“사고도 없고 공사도 없는데 왜 차가 많아지기만 하면 속도가 떨어질까?”

출근시간에는 시속 80km로 달리던 도로가 어느 순간 50km/h, 30km/h까지 떨어지고 심하면 거의 정지하기도 합니다.

교통공학에서는 이러한 교통량과 통행시간의 관계를 수학적으로 표현하는 함수가 있습니다.

바로 VDF(Volume-Delay Function, 교통량-지체함수)​입니다.


1. VDF란 무엇일까?

VDF는 쉽게 말하면,

도로를 이용하는 교통량이 증가할수록 통행시간이 얼마나 증가하는지를 나타내는 함수

 

입니다.

Volume은 교통량, Delay는 지체를 의미합니다.

도로에 차량이 별로 없을 때는 운전자가 원하는 속도로 주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차량이 많아지면 앞차와의 간격이 줄어들고 차로변경이나 합류가 어려워지면서 속도가 떨어집니다.

따라서 기본적인 관계는 다음과 같습니다.

교통량 증가 → 혼잡 증가 → 속도 감소 → 통행시간 증가

VDF는 바로 이 관계를 수식으로 표현합니다.


2. 교통량이 늘면 왜 속도가 떨어질까?

예를 들어 왕복도로가 아닌 한 방향 1개 차로를 생각해보겠습니다.

차량이 시간당 300대밖에 지나가지 않는다면 차량 사이의 간격이 충분합니다.

앞차가 조금 느리더라도 운전자는 비교적 자유롭게 주행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교통량이 다음과 같이 증가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시간당 교통량도로 상황주행 상태

시간당교통량 도로상황 주행상태
300대/시 매우 여유 자유롭게 주행
800대/시 여유 비교적 자유로움
1,200대/시 차량 증가 차로변경 영향 증가
1,600대/시 혼잡 시작 속도 감소
1,800대/시 이상 용량 접근 작은 방해에도 정체 가능

※ 실제 도로 용량은 도로 종류, 차로 폭, 중차량, 경사, 합류부, 교차로 등의 조건에 따라 달라집니다.

핵심은 차량 한 대가 추가될 때 발생하는 영향이 항상 똑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도로가 한산할 때 차량 100대가 추가되는 것과 이미 꽉 찬 도로에 차량 100대가 추가되는 것은 완전히 다릅니다.


3. 핵심 개념은 V/C이다

VDF를 이해하려면 V/C를 알아야 합니다.

  • V(Volume) = 해당 도로의 교통량
  • C(Capacity) = 해당 도로가 처리할 수 있는 용량

따라서,

V/C = 교통량 ÷ 용량

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도로의 용량을 시간당 2,000대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교통량이 1,000대라면,

V/C = 1,000 ÷ 2,000 = 0.50

입니다.

반대로 교통량이 1,900대라면,

V/C = 1,900 ÷ 2,000 = 0.95

가 됩니다.

V/C가 1.0에 가까워질수록 도로의 여유가 거의 없다는 의미입니다.


4. V/C가 높아지면 왜 갑자기 혼잡해질까?

여기서 중요한 특징이 하나 있습니다.

교통량이 10% 증가한다고 통행시간도 항상 10% 증가하는 것은 아닙니다.

도로가 한산할 때는 교통량이 조금 증가해도 통행시간이 거의 변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도로가 용량에 가까워지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예를 들어,

V/C 0.4 → 0.5

로 증가하는 것보다

V/C 0.9 → 1.0

으로 증가하는 것이 교통상태에 훨씬 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차량 간격이 짧아진 상태에서는 작은 브레이크, 끼어들기, 차로변경, 합류 같은 작은 방해도 뒤쪽 차량에 연쇄적으로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심해지면 사고가 없어도 정체가 발생하는 유령정체(Phantom Traffic Jam)​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5. 대표적인 VDF인 BPR 함수

교통수요분석에서 가장 유명한 VDF 중 하나가 BPR 함수입니다.

기본 형태는 다음과 같습니다.

t = t₀ × [1 + α(V/C)^β]

각 항의 의미는 다음과 같습니다.

기호 의미
t 혼잡한 상태의 통행시간
t₀ 자유교통류 상태의 통행시간
V 교통량
C 도로 용량
α 혼잡 정도를 조정하는 계수
β 혼잡 증가 형태를 결정하는 계수

즉, 핵심은 (V/C)^β​입니다.

V/C가 작을 때는 영향이 작지만 V/C가 커질수록 통행시간이 비선형적으로 증가하도록 만든 것입니다.


6. 실제 숫자로 계산해보자

이해하기 쉽게 다음과 같이 가정해보겠습니다.

  • 도로 길이 : 10km
  • 자유속도 : 60km/h
  • 자유통행시간 : 10분
  • 용량 : 2,000대/시
  • α = 0.15
  • β = 4

BPR식을 적용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t = 10 × [1 + 0.15(V/C)⁴]

교통량 1,000대/시

V/C = 0.5

t = 10 × [1 + 0.15 × (0.5)⁴]

약 10.09분

거의 영향을 받지 않습니다.

교통량 1,600대/시

V/C = 0.8

t = 10 × [1 + 0.15 × (0.8)⁴]

약 10.61분

통행시간이 조금 증가합니다.

교통량 2,000대/시

V/C = 1.0

t = 10 × [1 + 0.15]

= 11.5분

용량 수준에 도달하면서 통행시간 증가가 커집니다.

교통량 2,400대/시

V/C = 1.2

t = 10 × [1 + 0.15 × (1.2)⁴]

약 13.11분

교통량이 용량을 초과하면서 통행시간 증가폭이 더욱 커집니다.

단, 실제 도로에서는 용량을 초과하면 대기행렬과 병목현상이 발생하므로 단순한 정적 VDF만으로 실제 정체 현상을 모두 표현하기는 어렵습니다.


7. VDF를 그래프로 보면 이해하기 쉽다

VDF의 개념을 단순화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통행시간

↑

│           ╱
│          ╱
│         ╱
│        ╱
│      _╱
│______╱
└────────────────→ V/C

 0.2 0.4 0.6 0.8 1.0 1.2

초기에는 교통량이 증가해도 통행시간이 크게 변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V/C가 용량 수준에 접근하면서 곡선의 기울기가 커집니다.

그래서 실제 운전자 입장에서는

“차가 조금 늘었을 뿐인데 갑자기 왜 이렇게 막히지?”

 

라고 느끼게 됩니다.


8. 속도와 교통량의 관계는 조금 더 복잡하다

여기서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단순히 “교통량이 많을수록 속도는 무조건 떨어진다”​라고 이해하면 정확하지 않습니다.

교통류에는 기본적으로

교통량(q) = 속도(v) × 밀도(k)

라는 관계가 있습니다.

즉,

q = k × v

입니다.

도로가 한산한 상태에서는 차량이 증가하면서 밀도는 증가하지만 속도는 크게 감소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통량 자체는 계속 증가합니다.

하지만 임계상태를 지나 혼잡이 심해지면 차량들이 도로에 빽빽하게 쌓이면서 밀도는 높아지고 속도는 급격히 감소합니다.

심한 정체에서는 오히려 도로를 통과하는 교통량 자체도 감소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교통류는 단순히 교통량만 보는 것이 아니라 교통량·속도·밀도를 함께 봐야 합니다.


9. VDF는 어디에 사용할까?

VDF는 교통수요예측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특히 통행배정(Traffic Assignment)​에서 사용됩니다.

예를 들어 A지역에서 B지역으로 이동할 수 있는 두 개의 도로가 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 1번 도로 : 10분
  • 2번 도로 : 15분

처음에는 대부분 1번 도로를 선택하려고 할 것입니다.

하지만 차량이 1번 도로에 몰리면 V/C가 증가하고 VDF에 의해 통행시간이 증가합니다.

결국,

1번 도로 교통량 증가
→ V/C 증가
→ 통행시간 증가
→ 일부 차량이 2번 도로 선택

이라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교통수요분석 프로그램에서는 이러한 과정을 반복하여 도로별 교통량과 통행시간을 계산합니다.

EMME와 같은 교통수요예측 프로그램에서도 도로의 통행비용을 계산할 때 이러한 VDF 개념이 핵심적으로 활용됩니다.


10. 모든 도로에 같은 VDF를 사용할까?

그렇지는 않습니다.

도로의 특성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 고속도로
  • 도시고속도로
  • 일반국도
  • 간선도로
  • 보조간선도로
  • 지방지역 도로
  • 다차로 도로

등은 자유속도와 용량, 교통류 특성이 서로 다릅니다.

따라서 실제 교통수요분석에서는 도로를 Link Type 등으로 구분하고 도로 특성에 맞는 용량, 자유속도 및 VDF를 적용합니다.

잘못된 VDF를 적용하면 통행시간이 잘못 계산되고, 결국 경로선택과 배정교통량까지 달라질 수 있습니다.


11. VDF와 현실의 정체는 완전히 같을까?

VDF는 현실을 이해하기 쉽게 수학적으로 표현한 모형입니다.

실제 도로의 정체에는 훨씬 많은 요인이 영향을 줍니다.

신호교차로, 합류·분류부, 차로 감소, 버스정류장, 불법주정차, 중차량, 경사, 사고, 공사, 운전자의 차로변경 등이 모두 영향을 미칩니다.

특히 실제 도로에서는 병목지점에서 대기행렬이 발생하고 이 대기행렬이 상류부까지 길게 늘어설 수 있습니다.

따라서 VDF는 현실을 그대로 복사한 것이 아니라,

“교통량이 증가할 때 해당 도로의 통행비용이 어떻게 증가하는가”

를 교통수요모형에서 계산할 수 있도록 단순화한 함수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습니다.


12. 한 줄로 정리하면

VDF를 가장 쉽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도로는 차량이 많아질수록 여유가 줄어들고, 용량에 가까워질수록 작은 교통량 증가도 큰 속도 저하와 통행시간 증가를 만들 수 있다. VDF는 이러한 관계를 수학적으로 표현한 함수이다.

 

결국 교통체증을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단순한 “차량 대수”​가 아닙니다.

교통량(V)이 도로가 처리할 수 있는 용량(C)에 비해 어느 정도인가, 즉 V/C​가 핵심입니다.

그래서 교통공학에서는 도로가 막히는지를 판단할 때 교통량뿐만 아니라 용량, 속도, 밀도, V/C, 통행시간​을 함께 살펴봅니다.


※ 참고할 만한 자료

  • 한국교통용량편람(KHCM)
  • 국가교통DB(KTDB) 교통수요분석 관련 지침 및 자료
  • BPR(Bureau of Public Roads) Volume-Delay Function
  • Highway Capacity Manual(HCM)
  • 교통수요예측 및 통행배정 관련 이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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