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를 운전하다 보면 교차로 직전에 갑자기 좌회전차로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어떤 교차로는 좌회전차로가 30~40m 정도로 짧은 반면, 교통량이 많은 큰 교차로에서는 100m를 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좌회전차로의 길이는 무엇을 기준으로 결정할까요?
결론부터 말하면 단순히 일정한 길이를 적용하는 것이 아닙니다.
좌회전차로 길이는 좌회전 차량이 감속하는 데 필요한 공간과 신호를 기다리는 차량이 대기할 공간을 고려하여 결정합니다.
따라서 좌회전 교통량, 신호주기, 차량 구성, 도로의 설계속도 등에 따라 필요한 길이가 달라집니다.
1. 왜 좌회전차로가 필요할까?
교차로에 별도의 좌회전차로가 없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직진차량은 계속 진행하려고 하는데 앞의 차량이 좌회전을 위해 정지한다면 뒤따르던 직진차량까지 모두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좌회전 차량이 신호를 기다리면서 직진차로까지 점유하면 교차로의 처리능력이 크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좌회전 차량과 직진 차량을 분리해
- 직진교통 흐름 유지
- 좌회전 차량의 안전한 감속
- 좌회전 대기공간 확보
- 추돌 및 차로변경 사고 감소
- 교차로 용량 확보
등을 위해 별도의 좌회전차로를 설치합니다.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에서도 교차로에 좌회전차로가 필요한 경우 직진차로와 분리하여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2. 좌회전차로는 어떤 부분으로 구성될까?
좌회전차로는 단순히 정지선부터 몇 m를 재는 구조가 아닙니다.
대략 다음과 같이 이해하면 쉽습니다.
직진차로
──────────────────────────────────▶
╲
╲ 차로 테이퍼
╲
═══════════════════
감속구간 대기구간 │정지선
🚗🚗🚗 │
좌회전 ↰
좌회전차로 설계에서는 일반적으로 다음 요소들을 함께 고려합니다.
① 차로 테이퍼(Bay Taper)
직진차로에서 좌회전차로로 차량이 자연스럽게 이동하도록 만들어주는 구간
② 감속을 위한 길이
주행 중인 차량이 좌회전 또는 정지를 위해 속도를 낮추는 공간
③ 대기차로 길이(Storage Length)
적색신호 동안 좌회전 차량이 줄을 서는 공간
따라서 좌회전차로 길이를 이해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감속 + 대기
입니다. 평면교차로 관련 설계기준에서도 좌회전차로는 좌회전 차량의 감속과 대기공간 확보를 중심으로 설계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3. 좌회전차로 길이의 기본 개념
좌회전차로 길이를 간단히 표현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L=Ls+Ld
여기서
- L : 필요한 좌회전차로 길이
- Ls : 좌회전 차량 대기공간
- Ld : 좌회전 차량의 감속을 위한 길이
입니다.
즉,
좌회전 차량이 몇 대 기다리는가? + 차량이 얼마나 감속해야 하는가?
이 두 가지를 계산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4. 가장 중요한 것은 '몇 대가 기다리느냐'이다
예를 들어 신호교차로에서 좌회전 차량이 시간당 300대 발생한다고 하겠습니다.
신호주기가 120초라면 한 시간 동안
[3600/120=30회]
의 신호주기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한 주기당 도착하는 평균 좌회전 차량은
[300/30=10대]
정도가 됩니다.
그렇다고 좌회전차로를 딱 10대 길이만 확보하지는 않습니다.
차량 도착은 일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어떤 주기에는 7대가 들어올 수도 있고 다른 주기에는 15대가 몰릴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일정한 여유를 두고 대기길이를 결정합니다.
전통적인 설계방법에서는 신호교차로의 경우 길이계수 1.5 등을 적용하는 방식이 사용되어 왔습니다.
5. 차량 1대는 몇 m로 계산할까?
좌회전 대기차로를 계산하려면 차량 한 대가 차지하는 길이가 필요합니다.
일반적인 계산에서는 다음과 같은 값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차량 종류대기 시 적용 길이
| 차량 종류 | 대기시 적용길이 |
| 승용차 | 약 6.0m |
| 대형·화물차 | 약 12.0m |
| 대형차 혼입을 고려한 대표값 | 약 7.0m |
예를 들어 차량 종류를 정확히 알기 어려운 일반 교차로에서 차량당 7m를 적용한다면
좌회전 차량 10대가 대기하기 위한 기본공간은
[10대* 7m=70m]
정도가 됩니다.
여기에 교통량 변동을 고려한 여유가 추가될 수 있습니다. 기존 설계기준 설명자료에서도 대형차 혼입률 산정이 어려운 경우 대표 차량길이 7.0m를 사용하고, 승용차 6.0m와 화물차 12.0m를 구분하여 적용하는 방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6. 실제 좌회전 대기길이를 계산해보자
예를 들어 다음과 같은 교차로가 있다고 하겠습니다.
- 좌회전 교통량 : 180대/시
- 신호주기 : 120초
- 차량당 길이 : 7m
한 시간 동안 신호주기는
[3600÷120=30회]
입니다.
따라서 한 주기당 평균 좌회전 차량은
[180÷30=6대]
입니다.
대기차량 길이의 기본값은
[6×7=42m]
입니다.
여기에 예를 들어 길이계수 1.5를 적용하면
[1.5×6×7=63m]
정도의 대기공간이 필요하게 됩니다.
즉 좌회전 교통량이 동일하더라도 신호주기가 길어지면 한 주기 동안 더 많은 차량이 도착하기 때문에 필요한 좌회전차로가 길어집니다.
7. 도로 속도가 빠르면 좌회전차로도 길어진다
좌회전차로는 대기공간만 확보하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시속 60km로 달리던 차량이 좌회전하기 위해 갑자기 속도를 줄이면 뒤따르는 직진차량에 영향을 줍니다.
따라서 어느 정도 감속공간이 필요합니다.
대표적인 감속거리 기준은 다음과 같이 설명될 수 있습니다.
| 설계속도 | 기준 감속거리 |
| 30km/h | 약 20m |
| 40km/h | 약 30m |
| 50km/h | 약 50m |
| 60km/h | 약 70m |
| 70km/h | 약 95m |
| 80km/h | 약 125m |
이는 통상적인 감속도 약 2.0m/s² 수준을 적용한 값입니다. 용지 제약 등의 조건에서는 더 큰 감속도를 적용한 최소값을 검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교통량이 많지 않더라도 주행속도가 높은 도로에서는 좌회전차로를 지나치게 짧게 만들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8. 그런데 감속거리 전체를 좌회전차로에 넣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하나 중요한 개념이 있습니다.
차량은 좌회전차로가 완전히 만들어진 후에 갑자기 감속을 시작하는 것이 아닙니다.
차로 테이퍼를 통과하면서 이미 어느 정도 감속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실제 필요한 감속구간은
Ld=l-B
처럼 생각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 l : 전체적으로 필요한 감속거리
- BT : 차로 테이퍼 길이
- Ld : 좌회전차로에서 추가로 확보할 감속길이
입니다.
예를 들어 설계속도 60km/h 도로라면 감속거리가 약 70m이고,
차로폭이 3.0m이며 1:15 테이퍼를 적용한다면
[3.0×15=45m]
의 테이퍼가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추가 감속길이는
[70-45=25m]
정도가 됩니다.
실제 관련 연구에서도 60km/h 도로에서 감속거리 70m, 테이퍼 45m를 적용하여 감속을 위한 길이를 25m로 산정한 사례가 있습니다.
9. 차로 테이퍼 길이는 어떻게 정할까?
차로 테이퍼는 직진차량과 좌회전차량을 자연스럽게 분리시키는 구간입니다.
일반적으로 차로폭에 대한 길이의 비율로 결정합니다.
대표적으로
- 설계속도 50km/h 이하 → 1:8
- 설계속도 60km/h 이상 → 1:15
정도를 적용합니다.
도심처럼 용지 제약이 매우 심한 경우에는 조건에 따라 1:4까지 축소를 검토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좌회전차로 폭이 3m이고 설계속도 50km/h 이하라면
[3m×8=24m]
따라서 차로 테이퍼는 약 24m가 됩니다.
60km/h 이상이라면
[3m×15=45m]
즉 약 45m가 됩니다.
10. 좌회전차로 길이 산정식을 정리하면
기존 설계방식을 간략하게 표현하면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L=(a×N×S)+(l-BT)]
여기서
- L : 좌회전차로 길이
- a : 길이계수
- N : 한 신호주기 또는 일정시간 동안 도착하는 좌회전 차량수
- S : 차량당 대기길이
- l : 차량 감속거리
- BT : 차로 테이퍼 길이
입니다.
대표적으로 신호교차로에서는 길이계수 1.5가 사용돼 왔으며, 비신호교차로의 경우에는 일정시간 동안 도착하는 좌회전차량을 기준으로 대기공간을 검토합니다.
11. 숫자를 넣어서 전체 계산해보자
이번에는 하나의 교차로를 실제로 계산해보겠습니다.
조건
- 설계속도 : 60km/h
- 좌회전 교통량 : 180대/시
- 신호주기 : 120초
- 좌회전차로 폭 : 3.0m
- 차량당 길이 : 7m
① 한 주기 좌회전 차량수
[180×120/3600=6대]
② 대기차로 길이
길이계수 1.5를 적용하면
[1.5×6×7=63m]
③ 감속거리
60km/h 도로의 감속거리를 약
[70m]
로 적용합니다.
④ 차로 테이퍼
설계속도 60km/h 이상이므로 1:15를 적용하면
[3.0×15=45m]
입니다.
⑤ 추가 감속길이
[70-45=25m]
⑥ 좌회전차로 길이
[63+25=88m]
따라서 이 조건에서는 개략적으로
약 90m 정도의 좌회전차로가 필요
하다고 판단할 수 있습니다.
12. 그런데 실제 설계에서는 계산값만 사용하지 않는다
실무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입니다.
계산 결과가 90m라고 해서 무조건 좌회전차로를 90m로 만들지는 않습니다.
실제 현장에서는 다음 조건을 같이 봅니다.
첫째, 실제 대기행렬 길이
기존 교차로라면 첨두시간 현장조사를 통해 실제 좌회전 차량이 몇 대까지 줄을 서는지 확인합니다.
계산상 60m인데 실제로 100m까지 줄이 발생한다면 60m만 확보해서는 부족합니다.
둘째, 장래 교통량
도로는 현재만 사용하는 시설이 아닙니다.
택지개발, 아파트, 상업시설 등이 들어서면 좌회전 교통량이 증가할 수 있으므로 장래 교통량도 고려해야 합니다.
셋째, 대형차 비율
산업단지나 물류시설 주변처럼 대형차 비율이 높은 곳에서는 일반 승용차 위주의 교차로보다 더 긴 대기공간이 필요합니다.
넷째, 인접 교차로
교차로 간격이 짧은 경우 좌회전차로를 무작정 길게 만들 수도 없습니다.
한 교차로의 좌회전 대기행렬이 앞뒤 교차로에 영향을 주지 않는지 함께 검토해야 합니다.
설계기준에서도 인접 교차로의 대기차량이 좌회전을 방해하거나 좌회전차로가 인접 교차로 구간과 간섭하지 않는지를 고려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13. 교통영향평가에서는 무엇을 볼까?
대규모 아파트나 상업시설의 교통영향평가에서는 좌회전차로 길이가 중요한 검토사항입니다.
예를 들어 사업지 진출입구 좌회전차로가 40m라고 하겠습니다.
그런데 교통분석 결과 첨두시간 최대 대기행렬이
[Q=72m]
로 나타났다면 문제가 됩니다.
좌회전차로는 40m인데 차량은 72m까지 쌓이기 때문입니다.
약 32m의 차량이 직진차로까지 넘어오게 됩니다.
정상적인 경우
직진차로 ─────────────────────▶
좌회전차로 🚗 🚗 🚗 🚗 │신호
← 40m →
좌회전차로가 부족한 경우
직진차로 ─────🚗🚗────────────▶
↑
직진차로까지 대기행렬 역류
좌회전차로 🚗🚗🚗🚗🚗│신호
← 40m →
이런 현상을 흔히 대기행렬의 직진차로 침범 또는 Spillback이라고 합니다.
이 경우 좌회전차로 연장, 신호현시 조정, 차로 추가 설치 등의 개선방안을 검토하게 됩니다.
14. 신호주기가 길어지면 왜 좌회전차로가 길어질까?
이 부분도 생각보다 중요합니다.
좌회전 교통량이 시간당 300대로 동일하다고 해보겠습니다.
신호주기 60초일 때
[300×60/3600=5대]
가 한 주기에 도착합니다.
반면 신호주기 120초라면
[300×120/3600=10대]
가 한 주기에 도착합니다.
즉 같은 시간당 교통량이라도 신호주기가 길어지면 한 번의 적색신호 동안 더 많은 차량이 쌓이게 됩니다.
따라서 좌회전차로 길이는 단순히 좌회전 교통량만 보고 결정할 수 없습니다.
좌회전 교통량 + 신호주기 + 신호현시 + 차량구성
을 함께 봐야 합니다.
15. 좌회전차로가 너무 짧으면 어떤 문제가 발생할까?
가장 큰 문제는 좌회전 대기차량이 직진차로로 넘쳐나는 것입니다.
교차로
직진 → → → → → → → → │
🚗 🚗 🚗 🚗 │ ← 좌회전 대기행렬
↖
직진차로까지 침범
이렇게 되면
- 직진차량 통행 방해
- 교차로 용량 감소
- 급차로변경 발생
- 후미 추돌위험 증가
- 신호 1회에 통과하지 못하는 차량 증가
- 인접 교차로까지 대기행렬 전파
등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그래서 교통량이 많은 도시부 교차로에서 좌회전차로의 길이는 교차로 운영에 상당히 중요한 요소입니다.
16. 반대로 좌회전차로는 길수록 좋을까?
그렇지도 않습니다.
필요 이상으로 길게 만들면
- 도로폭 증가
- 중앙분리대 축소
- 토지보상 증가
- 보행 횡단거리 증가
- 인접 교차로와 간섭
- 다른 회전차로 배치 어려움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좌회전차로 설계의 핵심은
무조건 길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차량 대기공간과 감속공간을 적절하게 확보하는 것
입니다.
17. 한눈에 정리하면
좌회전차로 길이는 다음 과정으로 결정한다고 이해하면 쉽습니다.
① 첨두시간 좌회전 교통량 확인
↓
② 신호주기 확인
↓
③ 1주기당 좌회전 차량수 계산
↓
④ 차량당 대기길이 적용
↓
⑤ 좌회전 대기길이 산정
↓
⑥ 도로 설계속도 확인
↓
⑦ 감속거리 산정
↓
⑧ 차로 테이퍼 길이 검토
↓
⑨ 필요한 좌회전차로 길이 계산
↓
⑩ 실제 대기행렬·인접교차로·장래교통량 검토
↓
최종 좌회전차로 길이 결정
마무리
좌회전차로 길이는 단순히 30m, 50m, 100m처럼 정해진 하나의 숫자를 적용하는 시설이 아닙니다.
핵심은 두 가지입니다.
첫째, 좌회전 차량이 안전하게 감속할 수 있는가?
둘째, 신호를 기다리는 좌회전 차량이 직진차로를 침범하지 않고 충분히 대기할 수 있는가?
따라서 교통량이 많고 신호주기가 길수록 대기공간이 길어질 가능성이 높고, 차량 속도가 높은 도로일수록 감속공간도 길어집니다.
결국 좌회전차로는
설계속도 → 감속거리 → 테이퍼 → 좌회전 교통량 → 신호주기 → 대기차량 → 실제 대기행렬
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여 결정하는 시설이라고 보면 됩니다.
참고자료
-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 「도로의 구조·시설 기준에 관한 규칙 해설」
- 평면교차 관련 설계기준(KDS 44 20 15)
- 평면교차로 설계 관련 지침
- 한국교통용량편람(KHC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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